프롤로그(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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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대지의 흐름을 타고 생성과 소멸 가운데 모든 것들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창조자이다.

하루가 시작되고 끝나갈 무렵, 텅 비어버린 머릿속을 채우는 건 욕망이라는 중첩된 이미지 들의 흔적이겠다.

[증식하는 질서]는 강화 섬(Ganghwa Island) 언덕 길 스튜디오를 중심 으로 수평선을 내가르는 들판과 계절의 시간을 맞이하는 생명의 찰나를 보여주는 두 번째 관찰기록이다.

전시는 2021년도부터 강화섬에 거주하며 세 번의 순환하는 계절과 낮과 밤의 차갑고 뜨겁 거나 때론 시원하게 감싸는 사물 이미지를 빛의 점묘형식이라는 중첩의 형태로 보여준다.

다양한 색조의 점묘는 빛의 산란으로 중첩되어져 이미지의 외형이 되어주고,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사유적 서사로 기록되는 내면의 인상을 보여준다.


천 위에 겹겹이 기록되는 자연사물은 스스로의 모습을 중첩이라는 형식을 빌려 거칠게, 흐 릿하고 희미하게, 흔들리는 몸짓으로 영원한 형태로의 욕망을 보여 주려한다. 

그들은 소멸 의 희생자이면서도 또 다른 생명의 창작자가 된다.

작품의 구성은 오랜 시간 강화섬을 유지했던 일상풍경의 역사를 담아내기 위해 오일 파스텔 로 스케치되어 찍히고 긁혀져 천 위에 다시금 되새겨 점묘된다. 

구름과 석양과 나뭇가지들, 흔들리는 물과 땅의 뒤섞임은 그저 그러한 익숙한 풍경일 뿐이다.

구인성 ㅣ ARTWORK